결카이브 🗂️

프랑스 파리 오르세 & 오랑주리 미술관

예언미 2024. 8. 31. 15:58

🕵🏻‍♀️🖼️🍀
센 강을 따라 걷다 보면 뛸르히 정원을 중심으로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이 마주 서 있다. 옛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오르세 미술관은 웅장하다. 한편 작품 전시에 최적화한 건물로 설계된 오랑주리 미술관은 아늑하므로 두 미술관이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공간적 환경은 무척 다르다. 그러나 오르세와 오랑주리는 주로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의 작품이 있다는 점에서 두 곳의 전시 분위기는 매우 닮았다.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폴 고갱,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익숙한 화가의 명작이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반기고 있다.
 
🎫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은 동일한 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다. 파리의 미술관을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오르세 + 오랑주리 콤보 입장권을 추천한다.
 
 
 
 
 

📍 오르세 미술관 Musée d'Orsay

Portrait de Madame Cézanne, Paul Cézanne

예언  이제 나는 세잔의 작품이 본능적으로 끌리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작품의 구조적 단단함이 후기 인상주의 화가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볼수록 감탄만 나오고 한순간에 시선을 낚아챈다.
 
그림 속 여인은 폴 세잔의 부인 마리 오르탕스 피케이다. 세잔은 피케의 초상을 많이 그렸는데, 덕분에 우리는 피케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나는 피케의 초상화 중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든다. 시각적 안정감을 주는 딱 떨어지는 동그란 턱과 가는 목이 눈에 띈다. 꽉 다문 입과 붉은 뺨엔 생기가 돌며, 무심한 눈과 푸른 물감엔 삶을 초월한 비밀이 담겨 있는 것만 같다. 세잔 부인의 초상 중 단연 따뜻하고 매력적인 그림이다.
 
초상화에는 넘볼 수 없는 시간의 깊이가 어려 있다.
 
 
 
 
 

Dante et Virgile, William Bouguereau

 성하  작품 자체가 너무 강렬해서 눈살이 찌푸려졌던 기억이 난다. 이 작품은 단테 신곡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지옥에 방문해 그 광경을 목격하는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의 모습이 작품 왼쪽에 담겨있다. 붉은 배경과 죽은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는 모습이 무서울 정도로 인상적이다. 남성들의 잔근육의 표현이 세밀하여 인간의 동물적인 모습과 잔혹함이 더 가깝게 체감되었다. 회화 자체로 지옥의 잔인함을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보는 이에게도 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Jour de fête à l'hospice Trivulzio à Milan, Angelo Morbelli

성하  작품의 배경이 되는 The Pio Albergo Trivulzio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고대 요양원 겸 병원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 장소의 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고독과 노년이라는 주제가 지니는 상징적이고 정서적인 의미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도에서 작품을 제작하였다. 나는 요양원인지, 성당인지 알 수 없는 이곳에 누워있는 노인, 앉아있는 노인, 손을 모으고 있는 노인을 본다. 이 고요한 곳에서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짐작해 보아도 너무 깊고 먼 그들의 삶에 나의 짐작은 닿을 수 없어서,, 그쪽으로 뻗어 가다가 결국 흩어지는 것만 같다.
 
 
 
 
 

Profil d'enfant et étude de nature morte, Louis Anquetin

 예언  직역하자면 <아이의 옆모습과 정물화 습작> 정도가 된다. 초상과 정물이 콜라주처럼 화면 분할 형태를 띤다. 엄연하게는 별개의 조각을 물리적으로 접붙인 것이 아니기에 콜라주 기법은 아니지만, 단순히 화면을 분할했다기에는 각 화면이 전달하는 질감적 표현이 확실하게 두드러진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습작'의 완성도를 높이는 듯하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점은, 분할된 면의 크기들이 현대적인 감각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낀다는 사실이다.
 
 
 
 
 

Juan Prim, 8 octobre 1868, Henri Regnault

성하  크기에 압도당했던 작품이다. 작품 속의 장군은 혁명 장군인 후안 프림(1814-1870)으로, 작가는 후안 프림에 대한 찬사를 올리기 위해 이 기념비적인 초상화를 그렸다고 한다. 나는 작품을 보면서, 실제로 말을 탄 사람을 만나면 이 정도 크기이겠구나 생각했다. 저 높이 올려다봐야 하는 내 시선은 저절로 나를 작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저 시대 사람들의 눈에는 말 위의 인물이 얼마나 위대해 보이고 커 보였을까? 나조차도 그림 앞에서 압도당해 오랫동안 서있었다.
 
 
 
 
 
 
 
 
 
 

📍 오랑주리 미술관 Musée de l'Orangerie

 예언  아무래도 오랑주리 미술관 하면 모네의 <수련> 연작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공간이 작품과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로, 아니 건축 자체를 작품을 위해 바친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모네는 자신이 연못에서 수련을 바라볼 때의 감정을 관람자들도 오롯이 느끼길 원했다고 한다. 이러한 뜻을 기려 전시장은 마치 연못처럼 둥근 방들로 이루어져 있다. 관람객은 중앙 의자에 앉아 사방으로 자신을 푹 감싸는 모네의 그림을, 연못의 수련을 느낄 수 있다. 의자에 앉아있으니 수련이 담긴 연못이 푸르다 못해 시리도록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명 또한 굉장히 인상 깊었다. 묘하게 뭉개지는 듯한 느낌의 조명으로 <수련>들이 안개에 감싼 듯 은밀하고 비밀스러워 보였다. 이로써 한층 더 개인적인 공간이 되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추천하는 미술 공간이다 !
 
 
 
 
 
 
 
 
 
 

📍 총평
 

성하  오르세 미술관은 너무너무 컸다 !! 내셔널 갤러리와 비슷하게 작품도 많고, 사람도 많고, 미술관 자체도 규모가 커서 세 명이서 이쪽 보고 저쪽 보고 하며 앙증맞게 다녔던 것 같다. 명성 있는 작품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걸작을 눈으로 본다 하여 큰 감흥이 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세계에서 유명한 미술관을 걸어볼 수 있었고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루브르를 들리지 못하여 아쉽다. 루브르는 ! 다음 기회에..


예언  낭만과 예술의 도시라는 이유만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관은 당연한 여행 코스로 여겨진다. 흔한 관광지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매우 개인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미술관은 마법과도 같은 곳이다. 특히나 예술가들의 영혼이 담긴 파리에서는 더더욱 .!
나의 다음 목표는 파리에 오래 머물면서 같은 미술관을 일주일씩 가는 것이다. 하염없이 반복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