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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2024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SBS 문화재단의 후원에 힘입어 운영해 온 전시이자 수상 제도이다. 매년 작가 4인을 선정, 신작 제작과 전시는 물론, 이후에도 각 작가들의 국제적 활동을 폭넓게 지원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을 모색해 오고 있다. 전시는 다양한 작품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능력을 확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주제와 방법은 달라도 우리 시대의 단면을 담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작가들은 차별화된 시각화 방식을 고안해왔다. 우리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얼마나 깊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어떤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어디까지 시도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삶을 꿈꾸기를 멈추지 않을 수..

독일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서문 예술작품이 취할 수 있는 형태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공연과 소리, 빛 그리고 추상적인 개념과 같은 무형의 매체 또한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는 미래를 위해 이 예술작품들을 보존할 수 있을까요? 성하의 감상한 여성이 베를린의 박물관 섬 앞에 공허하게 서있다. 흑백의 사진은 그 공허함을 더욱 배가하는 듯하다. 23년과 24년 여름, 두 번의 베를린을 겪은 나에게 이 도시는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하고, 그러나 그런 쓸쓸함이 싫지 않은 곳이다. 작품 앞에 선 스물둘의 내가 스물하나의 나를 오버랩한다. 이국의 한 가운데서 나는 철저히 이방인이었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었음에도 혼자였고 날 것의 나였다.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라고는 여권뿐인 나약하고 어린 나는 이 거대하고..

프랑스 파리 오르세 & 오랑주리 미술관

🕵🏻‍♀️🖼️🍀 센 강을 따라 걷다 보면 뛸르히 정원을 중심으로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이 마주 서 있다. 옛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오르세 미술관은 웅장하다. 한편 작품 전시에 최적화한 건물로 설계된 오랑주리 미술관은 아늑하므로 두 미술관이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공간적 환경은 무척 다르다. 그러나 오르세와 오랑주리는 주로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반의 작품이 있다는 점에서 두 곳의 전시 분위기는 매우 닮았다.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폴 고갱,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익숙한 화가의 명작이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반기고 있다. 🎫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은 동일한 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다. 파리의 미술관을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오르세 + 오랑주리 콤보 입장권을 추천한다. 📍 오르세 미술관 ..

영국 내셔널 갤러리 상설전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영국 최초의 국립 미술관으로 13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까지의 유럽 회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우리의 감상성하) 세잔의 초상화. 제목으로 세잔임을 알고선 와하학- 웃었다. 이 아저씨 이렇게 생겼어? 세잔의 인상과 그의 그림들이 조화롭게 매치되어서 신기했다. 1870년대 퐁투아즈 뒤링에서 종종 함께 그림을 그렸던 피사로와 세잔의 우정을 증언하는 작품이라는데, 서로가 서로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소소하게 정을 나눴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세잔의 옷을 보니 가을-겨울 이쯤이었을 것 - 사랑과 우정이 싹트기 딱 좋을 때다. 낮에는 커피와 밤에는 알코올로. 또 소매에 묻었을 물감과 붓, 소소하게 나누었을 대화와 웃음까지 떠오른다.   예언) 세잔의 미완성 ..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 세계적인 거장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 그의 자회사 포스터 + 파트너스의 핵심적인 활동 궤적을 보여주고자 기획한 전시로 이번 달 21일까지 열린다. 미래 긍정(Future positive)이란 말 그대로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인데, 노먼 포스터와 포스터 + 파트너스가 내일을 긍정하는 이유는 그들의 건축 방식과 철학적 사유가 미래를 기대하도록 만들기 때문 아닐까. 이들이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있는지 이번 전시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예언 감상 🧑🏻‍🚀 역사적 건축물인 영국박물관에 노먼 포스터가 현대적 해석을 더해 대중정을 건축한 것이다. 영국박물관과 대중정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조화로운데, 이는 ‘건축 물을 확장하고 개조하는 행위는 역사의 생명력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연장시키는 일..

《소원을 말해봐 Make A Wish》

🧞‍♂️이번 전시는 가벼움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회복해야 할 것 들에 주목한다. 끊임없는 변화만이 단 하나의 진리가 된 가벼움의 시대에서 불안정한 일상은 ‘뉴 노멀’이 되었다. *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표준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며, 또 다른 뉴 노멀이 된 디지털 세계에서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클릭하며 표류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무엇에 기대어 불안을 덜고 우울과 공허에 잠식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잃어가는 중요한 것들을 어떻게 다시 손에 쥘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램프의 지니를 소환하여 소원을 빌 때인지도 모른다. 예언 감상 🧘‍♀️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렌티큘러 사진 작품이다. 따라서 정면에서..

미니어처 라이프: 미타테 마인드

🚐세계적인 미니어처 아티스트 ‘타나카 타츠야’의 전시가 여의도에서 열렸다. 전시는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다시 바라보는 마음’이란 뜻을 가진 일본 고유의 미학 개념인 ‘미타테 마인드’를 제시한다. 위트있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미타테란 대상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유하는 것. 보고, 좋은 것을 선택해 결정하는 것.” - 타나카 타츠야 예언 노트 🏄🏻‍♀️ 집의 달콤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집순이 권위자인 내가 마주치자마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 작품이다. 와플 벽과 식빵 침대가 있는 집이라니! 집의 달콤함을 빵으로 비유하는 것은 뻔하지만, 온통 빵으로 집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눈으로 보는 것은 퍽 신선하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작고 귀여운 집을 유리에 코가 ..

여기 닿은 노래

🎵 전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간다는 걸 보여줘요. 참여작가들의 작품들은 각자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삶의 속도와 시간이 다르며, 그것을 어떻게 인지하고 인정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전시는 ‘미술관’이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곳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진짜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요? - 전시 서문 발췌 (전시 특성상 쉬운 글 정보를 제공한다) 예언 감상 👀라움콘은 Q레이터(이기언)와 송지은 작가로 이루어진 팀으로, Q레이터는 뇌출혈을 겪었지만 현재 작가로서 창작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연작은 제1전시실 중앙 목재 테이블 위에 ..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한국 최초 여성 조경가 정영선의 반세기에 걸친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개인전으로 1980년대부터 ‹서울올림픽미술관, 조각공원›, ‹대전 엑스포 '93›, ‹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선유도공원› 등 국가·지역·민간 주요 프로젝트를 구축해 온 그의 대표작들을 소개한다. 또한 작가가 주창한 조경가의 ‘예술가적 자질’에 기반한 장소맥락적 연구, 기능과 조형의 조화, 자연계에 내재한 생태적 질서에 부응하는 방법론으로서의 조경을 시각예술이자 종합과학예술의 한 분야로 조망해 본다. 예언 감상 🌱 네 벽면에 정영선 조경가의 프로젝트들이 가득하다. 전시실 정중앙에 서면 나를 둘러싼 프로젝트 사진들이 하나의 자연경관을 이루어 깊은 정원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중앙 유리관 발아래로도 자료가 있어 이를 가까이 보기 ..

서울 :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강홍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이미지를 주매체로 삼아 일상의 시각 환경을 채집해 현실과 허구, 진지함과 가벼움의 자장 속에서 새롭게 재현한 독자적인 작업을 전개해 왔다. 특히 그는 재개발에 따른 도시 공간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가 오랜 기간 꾸준히 관찰한 대상 중 서울의 공간은 중요한 한 갈래를 이루는데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과 은평뉴타운 재개발 지역이 대표적이다. (...) 서울은 하나의 도시이면서 여러 개의 도시이고 여러 개의 도시이면서 하나의 도시이다. 강홍구의 사진이 담고 있는 서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서울인 동시에 지금도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도시의 모습이고, 강홍구가 목격한 서울이면서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서울이기도 하다. 예언의 서울 🏠주인 없이 버려진 방안에 미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