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휴공간 프로젝트 《빛나는 방, 속삭이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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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휴공간이란 遊(놀 유) 休(쉴 휴). 말 그대로 쓰지 않는 공간을 뜻한다.
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의 유휴공간 프로젝트는 미술관의 유휴공간을 활성화하는 프로젝트로, 미술관 문턱을 낮추고 예술 향유 기회의 확장을 지향한다.
이번 2023 유휴공간 프로젝트는 새롭게 조성되어 시민들의 활용도가 높은 북서울미술관 2층 ‘라운지’와 3층 아트라이브러리 유휴공간에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향유 기회를 확대한다.
2층 라운지 🛋️


예언 : 휘황찬란한 색의 향연에 정신을 빼앗기려는 찰나, 이곳이 창공과 심해임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이 공간의 주인이 궁금해진다. 사람이 살기 어려운 장소에 자기의 장소를 만들어 놓은, 그림에 등장하지 않는 누군가를 떠올린다. 매인 곳도 없지만 속한 곳도 없는 이에게 이곳은 그의 세계 전부일 것이다.
환상적 요소가 정신없게 나뒹구는 모습에서 되려 텅 빈 마음이 느껴진다. 꽉 찬 화면에 공간 주인의 흔적만 가득해 혼란만 가중할 뿐 본연의 호흡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나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된다.
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참다가 비로소 밭은 숨을 훅- 쉬는데, 바로 이때 이 공간의 주인이자 외톨이의 호흡을 느꼈다. ‘나’의 호흡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심해 혹은 창공에 내던져진 채 작은 숨을 쉬고 있는 존재를 생각한다. 외톨이를 생각한다. 나를 생각한다.
@ram_han 💁♂️💬
디지털 페인팅을 주요 매체로 사용하며 현재와 과거의 팝·서브 컬처와 미디어에 주입된 체험적 판타지를 그린다. 대중매체 안에서 복제되고 열화되어 진위가 모호한 유사 기억을 잘라 붙여 왜곡된 제3의 장면을 소환하고, 그것을 수용자의 체험으로 치환시키는 행위에 흥미를 느낀다. 국내외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협업해 아트워크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작가로 전시에 참여하는 걸 병행 중이다.
- Beattitude 인터뷰 중 발췌
성하 : 일단 작품이 매우 크다. 크기에 한 번 압도당하고 디지털 드로잉의 네온 빛에 한 번 더 압도당했다. 일전에 어느 교수님께서 ‘작품은.. 정말 크기를 무시 못하겠더라고요’라는 말을 혼잣말처럼 하신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또 체감했다. Room 1은 어느 비행물체 안의 방이고, Room 2는 해저의 방이다. 지저분하기도, 화려하기도 한 방은 방 주인의 고독을 더욱 부각한다. 어떤 것은 과잉의 상태일 때 결핍이 드러나기도 하는 것처럼.

어느 외톨이가 떨어뜨린 것처럼 보이는 바닥의 담배를 나는 목격한다. 홀로 피는 타바코는 아무래도. 맛이 없었을 테다.
🛋️ ••
이 작품은 2층 라운지 공간에 전시되어 있었다. 라운지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잠깐 걸음을 멈춰 쉴 수 있도록 푹신한 소파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따뜻한 햇살이 도는 그 공간에 작품이 함께 있으니 생각보다 매우 자연스러웠다. 멍하니 쉬며 그림을 바라봐도 될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나와 예언이 갔을 때는 자리가 거의 다 차서 앉지 못했지만, 만약 비었더라면 그리고 시간이 있었더라면 누워서 하염없이 그림만 쳐다봤을 것이다. !
3층 아트라이브러리 📚

예언 : 깨진 거울에 붉은 글씨. 허공에 대고 쉐도우 복싱을 하는 듯한 문구. 모든 것이 단 하나만을 가리킨다. 자명하게 우리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전쟁이 끝나지 않 은 나라. 유일한 분단국가. 이런 수식어들이 더 이상 무겁게 다가오거나 민족적 과제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은 국가적 권태인지 개인의 소명 의식 부재인지 헷갈린다. 다만 현재 타국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어 다른 때보다 현실감이 있다. 결국 남일이 아니라는 점을 깨진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면서 깨닫는다.
성하 : 작품은 2층에서 3층 아트라이브러리로 이어지는 계단 사이에 전시되어 있었다.
첫인상은 단순히 무서웠다. 괴담에 나올 것 같은 거울, 그런데 산산조각이 나있고, 작품의 제목은 북한을 연상시켰다. 어렵고 신선하고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이 깨진 거울들은 나로 하여금 내가 분단국가의 국민임을 갑작스럽게 인식하도록 한다. 다시 그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씁쓸하게도 내 그 사실은 태어날 때부터 그래왔던, 너무도 익숙한 것이었다.
총평 ☕️
예언 : 유휴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관에서 쓰이지 않고 노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노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라운지 소파에 몸을 맡긴 채 각자의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우와 프로젝트 목표에 꼭 맞는 광경이네’라며 감탄을 했다. 평소라면 ‘미술관 와서 뭐 하는 거야’라고 했을 텐데. 벽에 걸린 작품을 신경도 쓰지 않고 완벽하게 휴식을 취하는 동네 주민과 작품의 권위적 아우라를 완벽하게 잃은 작품이 프로젝트 취지에 정확하게 맞았다는 생각을 했다.
리플릿도, 작품 해설도 없는 간결함조차 미술관 문턱을 낮추려는 프로젝트 취지에 맞았던 것 같다. 그러나 각 잡고 전시를 보려는 사람에게는 당혹스러운 경험일 듯해서 이 부분이 우려된다. 전시의 무게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성하 :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유휴공간 프로젝트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너무 평화롭고 생생한 기획인 것 같다. 북서울미술관의 지리를 이용해서 다양한 유휴공간과 작품을 활성화시키는 시도 자체에 가치가 있다.
이토록 바쁜 현대사회에 쉼의 공간을 조성하고 그 공간에 맞는 가벼운 미술품들을 사람들에게 슬며시 제시하는. 말 그대로 ‘작품을 곁에 둔다’는 성격이 강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부담 없이 관람객에게 접근하기,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황 속에서 작품을 감상하게 하기. 흥미로운 접근방식이다.
또 한 가지 포인트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향유 기회 확대’이다. 소장품은 미술관의 성격을 드러내는 하나의 척도로 기능하기에, 이 프로젝트를 잘 살린다면 ‘서울시립미술관’이라는 하나의 스타일,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전시판은 더욱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보인다. !!
참여 작가와 전시에 관한 URL 🖇️
람한 작가 🙋
– 국립현대미술관 <게임사회> 참여
https://www.mmca.go.kr/events/eventsDetail.do?eduId=202306300000299
국립현대미술관
«게임사회» 람한 작가의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하는 방법› VR 작품 관람 ○ 대 상: «게임사회»전시 관람객 중 VR 작품 관람 예약자 ○ 장 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전시실 람한
www.mmca.go.kr
유쥬쥬 작가 🙋
– 서울시립미술관 <예술가의 런치박스> 참여
https://sema.seoul.go.kr/kr/whatson/education/detail?acadmyEeNo=476192
SeMA - 교육 상세
서울시립미술관은 모두가 만나고 경험하는 미술관입니다. 서울 근현대사의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정동 한가운데 위치한 서소문본관은 르네상스식 옛 대법원 건물과 현대 건축이 조화를 이루
sema.seoul.go.kr
2022 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 유휴공간 프로젝트
<오, 수줍음>
https://sema.seoul.go.kr/kr/whatson/exhibition/detail?exNo=1096052
SeMA - 전시 상세
당신은 수줍음을 많이 탑니까? 숫기 없는 아이들을 보면, 숨어버리고 싶고 도망가고 싶어 하지만 그리 멀리 가지는 않습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사실, 자신이 처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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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유휴공간 프로젝트 《빛나는 방, 속삭이는 거울》
2023. 10. 31 - 2024. 06. 30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