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뒤피: 색채의 선율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문화콘텐츠 전문기업 가우디움어소시에이이츠와 예술의전당이 공동으로 이번 전시를 선보였다. 라울 뒤피는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등 다양한 화풍을 넘나들며 작품세계를 확장한 프랑스의 화가로, 그의 작품에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행복, 그리고 프랑스인들이 ‘삶의 기쁨’이라고 부르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밝고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붓질에서는 즉흥성과 리듬감이 묻어난다.
‘기쁨의 화가’이자 ‘위대한 색채주의자’로 불린 라울 뒤피의 작품과 인생을 소개하는 대규모 회고전.
예언의 감상 🖌️
먼저 이번 전시의 대부분은 작품의 보호를 위해 사진 촬영을 제한하고 있다. 결_에 많은 사진을 실을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모두가 카메라를 들지 않고 눈으로 담는 그 고요의 순간들이 엄숙한 예배당과 같아서 좋았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벽과 작품 프레임이었다. 먼저, 가벽이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었다. 옷장에 그림을 걸어둔 것처럼 보이는 가벽, 비스듬히 설치된 가벽, 건물의 거대한 기둥처럼 세워진 가벽 등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나 튀지 않고 라울 뒤피의 변화무쌍한 작품들과 어우러져서 다채롭지만 균형 잡힌 전시장을 만나볼 수 있었다. 프레임은 굉장히 세련되어 보였다. 대부분 볼드한 골드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 또한 벽 페인팅과 작품과 잘 어우러져 있어서 보기 편안했다.

라울 뒤피는 어떠한 하나의 미술사조에 제한되는 것을 병적으로 기피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에는 인상주의의 화풍과 입체파의 입방체들과 야수파적인 색감이 모두 드러난다. 하나의 사조에 속하지 않아 다양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어떠한 그림을 보더라도 라울 뒤피의 작품이라 확신할 수 없다. 아무리 전시를 관람해도 뒤피의 화풍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보이는 것은, 그 모든 다양한 화풍 속에서 세련됨을 찾을 수 있었다. 현대적인 감각이 뒤피의 모든 작품을 관통한다. 바로 그것이 뒤피의 화풍인 것이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무지개를 그린 작품이었다. 라울 뒤피는 수채화를 기가 막히게 사용을 잘한다고 느낀다. 물먹은 수채화의 느낌과 수채화만의 역동성과 가벼운 텍스처감이 와닿았다. 이때 무지개가 나타나는 그 찰나를 수채화의 느낌으로 잘 풀어낸 듯해서 이 작품 앞에 한참 서 있었다. 작은 사이즈의 작품이었는데 마치 하나의 세계로 펼쳐져서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 …
성하의 감상 🖌️
전시의 첫 서문부터 ‘기쁨’ ‘삶의 행복’ ‘낙관’등의 단어가 반복된다. 나는 이것 만으로 라울 뒤피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세계대전과 대공황 등의 상황 속에서도 삶의 기쁨을 알고 그려내는 화가였다.
그의 회화는 정말이지 긍정 에너지를 내뿜는다 ! 물감에 물을 많이 섞은 듯이, 투명하고도 몽글한 색감들은 편안하다. 🫧

중간에는 라울 뒤피의 명작 <동물 시집>의 판화 체험공간이 있었다. 나와 예언은 어린아이처럼 도장을 찍으며 행복해했다. 전시장이 무척 밝고, 경쾌하고, 산뜻해서 더욱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물론 뒤피의 멋진 그림 덕일 테다. 그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짓게 만든다.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
항상 팍팍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가운데에서 이렇게나 멋진 화가를, 찬란한 사람을 만났다. 그가 건네는 에너지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나은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미디어 아트 📽️

예언) 미디어 아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1차 창작물에 속하는 미디어 아트. 다른 하나는 유명한 명화들이나 기존에 있는 작품들을 2차 창작으로 만들어낸 미디어 아트. 후자의 경우에는 깊은 감동이나 아우라를 느껴보질 못했다. 모나리자가 미디어로 들어와서 한쪽 눈을 감고 찡긋거리는 상상을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만큼 후자에 속한 미디어 아트는 기피할 정도로 싫어했다.
이번에 전시된 미디어 아트 작품은 <전기의 요정>이라는 작품을 후자의 방법으로 만들었다. 너무나 거대한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풀어서 차근차근 등장시켜 만드니 이해가 너무 쉽게 되었다. 또한 삼면으로 되어 있어 관람자를 둘러싸기 때문에 몰입감이 고조되었다.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어서 좋았다.

성하) 이번 전시가 미디어 아트로 구현해 낸 작품 전기의 요정(1937)은 세계에서 가장 큰 벽화 중 하나이다. 1952년 제26회 베니스 비엔날레 회화 분야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라울 뒤피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
미디어 아트는 전시장의 삼면을 둘러싸며 마치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조성한다. 작품에 그려진 인물들을 한 명씩 등장시키며 영상을 풀어내는데, 그게 마치 영화에서 주인공들을 여럿 소개하는 장면 같아서 웅장했다. ⚡️
총평 🎨
요즘 전시 활동에 있어서 고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느낀다. 어딘가 막힌 느낌이 든다. 전시 서문은 너무나 빽빽한 글자로만 다가오고, 미적 감동을 느껴도 글은 제대로 써지지 않고 계속해서 얕아진다. 얼른 이 상태를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오늘 뒤피를 보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의 자유로움을 느꼈다. 한층 더 높은 정신의 고양감.

라울 뒤피: 색채의 선율
2023. 05. 02. - 09. 10.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